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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해지나요-

mhead 2013. 4. 10. 23:19






일본에서 학교를 다닐 때의 일이다.


'영원히 죽지 않게 되는 약이 있다면 먹겠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한명씩 돌아가며 답을 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여학생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죽고 혼자 남는 것은 너무 슬프니까-'


먹지 않겠다고 답했다.




아마도 그녀는 밤마다 '스나끄'라고 부르는 일본식 동네 선술집에서 손님들을 상대하고 있을터였다.


출석률은 엉망이었고 오전 수업에 나타나더라도 보통은 엎드려 자고있었다.


한국말을 할줄 아는 조선족이었지만 남들에게 알리기는 싫었는지


정 급할때가 아니면 한국말은 쓰지 않고 보통의 중국인처럼 지냈다.



그녀의 차례가 돌아왔다.


그녀는 '당연히 먹겠노라-' 대답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명씩 죽는 것을 계속 지켜보게 될텐데 괜찮겠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그녀는 시원스러운 중국인 억양으로 말했다 


'大丈夫, 大丈夫- 慣れるよ、慣れる。' 


괜찮아요 괜찮아, 그런건 익숙해지니까.



유독 소녀같던 일본인 선생님은


'あ。。慣れるんだ。。'라며 혼잣말이랄까,


오히려 감탄사에 가까울지 모를 탄식 같은 말을 내뱉었다.




아- 그런걸까,


익숙해지는 것일까.







이제는 의식과 기억이 있(다고 우리는 믿고있다)으시더라도


기도에 꽂으신 관 탓에, 입모양만으로 듣지 못하는 말 밖에 건네지 못하시는 외할머니를


엄마와 함께 마주하고 있던 주말에, 문득 그녀의 생각이 났다.



익숙해지는 슬픔의 크기에 끝이란 없는 것일까.


어떤 크기와 어떤 종류의 슬픔과 절망에도 우리는 익숙해질 수 있는 것일까.




외할머니의 손을 잡은 엄마의 마음을 어떨까.


그런 엄마를 바라보는 내 마음과 병원에 누운 엄마를 바라봤던 내 마음은 또 어땠을까.


먼 훗날의 언젠가 함께 늙어가며 약해지는 아빠와 나는 또 어떨까.



우리는 또 익숙해질 수 있을까.






내일이 없을 것 처럼 사랑하며 살아야하는데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