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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dditorium - as voltas com o frio




음악을 틀고 포스팅을 읽을 수 있도록 맨 처음에 두어봤습니다. 어떤가요? :-)






1.


 
전선이 고착되고 장기전에 돌입할수록 전후처리는 곤란해진다.

토지는 황폐해지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발탄들이 도처에 산재한다.

어디에 묻었는지 잊혀진 지뢰는 종종 애먼 사람의 발목을 날려버리기도 한다.




오래된 연애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가령 오래된 잡지에 끼워진 엽서라거나,

잘 보지 않던 책 속에 쓰여진 편지 등을 발견하게 되면,

불발탄을 발견한 듯, 지뢰를 밟은 듯 

잊었던 전쟁의 상흔에 마주하게 된다.





2.



가을이 되었지만

달라진 것은 계절의 이름 뿐이다.

바람이 좀 더 차가워지거든

품이 넉넉한 에드윈의 셀비지를 척척 접어 입고

빨간 체크무늬 울셔츠에 와인빛 부츠를 신어야겠다.

산에 올라도 좋겠다. 작은 카메라를 하나 가지고.

톡-하는 셔터소리를 가진 작은 카메라를 가지고.

그쯤이면 혼자라도 괜찮을 것 같다.





3.



짧은 여행을 다녀올까 생각해봤다.

담양이든 전주든, 전라도 어딘가에서

손가락으로 꼽아 세기에 넘치는 반찬으로 상을 받아 배불리 먹고 싶다.

조용한 숲길 어딘가에 널부러져 가만히 내가 살고 있는건

누구의 삶인지 하염없이 바라보고 싶다.

음악은 틀지 않아도 좋겠다.





4.



사람을 보며 세상을 볼땐 만족함이 없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