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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건물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진이 많은 도카이 지방에 머무른게 8개월은 될텐데 처음 느끼는 지진이었다.

3층에 있어서인지 흔들림이 심하게 느껴져서 일단은 건물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아스팔트 인도에 발을 내딛고 섰다. 계속 흔들렸다.

마치 아스팔트 도로가 고깃배라도 된 양 울렁거리고 길 건너 공사장의 철근들은

가을 바람에 갈대 흔들리듯 요동치고 있었다. 3분여 정도 지속됐을까.

머리는 어지러워졌고 흔들림은 멎어갔다.





2.


지진이 멈추고 인근의 신호등이 모두 꺼졌고

그와 동시에 경찰의 사이렌이 들리기 시작했다. 지진이 끝나고와 거의 동시라고 봐도 무방했으니

이미 지진이 일어나기 시작했을때 출동한걸로 보인다.




곧 수신호로 교통정리가 시작됐고 차들도 동요하지 않았다.





집으로 출발했다. 

지진이 일어나고 30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길에는 방재훈련시 준비된 시민들이 교통안내를 하고 있었다.

카메라와 조명바텐이 요동치는 동경의 방송국에서는 헬멧을 쓴 채 긴급방송을 시작했다.

오다이바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쓰나미가 밀려온다고했다.

매그니튜드 8.8이라고했다. 이때만해도 원자력 발전소에서 방사능이 유출되고 400명의 시체가 한번에 물에 쓸려올줄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집에 와서 여권과 현금을 챙기고 물을 뜨고 교회의 안전을 확인하고 차츰 어둠이 찾아왔다.





태엽감는 라디오와 시약소의 확성기 안내방송, 몇개의 촛불로 밤이 깊어갔다.




그리고 모두가 아는것처럼 일본 열도 모든 지역에 쓰나미주의보 이상이 발령됐고 오오쓰나미경보도 24시간 지속됐다.

저녁무렵에는 후지시 인근 해안 저지대도 쓰나미 대피령이 내려졌고 전기는 새벽이 지나서야 들어왔다.




그리고 오늘까지 티비의 모든 채널에선 지옥의 풍경이 계속 흘러나왔다.

파도가 집과 자동차와 모든것을 장난감처럼 쓸어버리고 한 도시 전체가 불에 탔다.

사람들이 겨우 몸만 피신한 피난소에,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피난소에 

지금도 진도5 이상의 여진이 계속되고있다.



여기서 700km도 더 떨어진 토호쿠였다.

일본정부에서 예상하는 150년 주기의 토카이가 닥치는건 상상도 할 수 없다.






3.



이곳은 다행히 정전과 단수, 작은 화재로 지나갔다.

후지 인근의 지진강도는 5였음에도 이곳에 오래 산 일본인들 조차 건물 밖 맨 땅이 이렇게 흔들리는건 처음이라고했다.


편의점과 마트의 음식, 물, 사료등은 동이났지만 오늘은 다들 평상시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 처럼 보였다.

저녁에 만난 친구들에게 이 동네의 일본인들은 모두 평소의 마음으로 돌아갔는데 나만 무서워서 호들갑을 떠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영화같은 재난은 처음이라 일본인들도 실감이 나지 않아  뭘 해야할지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모른다는 말이

돌아왔다.



내일로 은퇴경기를 하고 우승을 시키면 한국으로 돌아갈까 고민한다고 농담을 했더니

처음엔 즈루이-하며 야유하고 우리만 남기고 갈거냐던 녀석들도 나중엔 좋은 기회일지 모르니 잘 생각해보란다.

토카이에 저런게 오면 우린 다 죽는다고.






모두 춥지 않은 밤을 보냈으면 좋겠다.

현실을 빼앗긴 모두에게 따뜻한 봄이 겉잡을 수 없이 빨리 오길 간절히 기도한다.



주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