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ddle age crisis
5월31일 아침 서울에 경계경보가 울렸다. 훈련도 아니고 진짜 경계경보. 311 대지진의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은 눈을 뜨자마자 피난가방을 싸기 시작했다. 1층이라 바로 지하로 내려가면 되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베란다에 있던 생수를 배낭에 넣고 통조림이랑 아이 약을 챙기려는 순간이었다. 이상한 평온함에 티비를 켜니 멀쩡히 정규편성이 나오고 있었다. 창 밖에선 등교하는 학생들 웃음소리가 들렸다. '나라꼴 정말.. 연말에 2024년을 돌아보면 정말 못 잊을 에피소드가 남겠군'하고 생각했는데 2024년의 마지막 날인 지금, 잘못 울린 공습경보 정도로는 나라꼴 경진대회에 명함 내밀기가 어림없어졌다. 한 밤에 난데없이 거짓말처럼 시작하던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이후로 매일 매일 목구멍까지 울화가 차올라서 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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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2. 3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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