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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5시 45분이었다. 계획대로라면 나는 이미 올림픽대로를 달리고 있어야 할 터였다. 사이렌을 듣고 깬 신병처럼 캐리어를 잡아 든 나는 잠실대로를 가로질러 뛰었다. 택시를 탈까도 잠깐 생각했다. 그간의 경험으로 얻은 지혜라면 기대한 최악은 기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두고 온 물건도 없고 낯선 침대맡에 둘 책도 한 권 샀다.
일도 없이 꿈도 없이 그저 매일을 어딘가에 처박아놓던 시절, 이유 없이 홍콩에 가고싶었다. '직장인의 주말여행'은 '요르단 사막횡단'만큼 낯선 단어로 들렸다. 그랬던 시간들이 거짓말인 것 마냥 오늘의 나는 '일'과 분리된 '내'가 되고 싶었다. 그렇게 긴 시간을 돌아 처음 만난 홍콩은 어째서인지 낯설지 않았다.
누군가는 란콰이펑에서 술을 마셔야 한다고 했고, 누군가는 침사추이에서 쇼핑을 해야 한다고 했다. 어디라도 발이 닿는 대로 걸었고, 다리가 아프면 멈추어 아무 데나 앉아 음악을 들었다. 배가 고프면 먹었고 목이 마르면 마셨다. 란콰이펑을 지나쳐 마트에서 맥주와 망고를 담아 와 냉장고에 넣었다. 아직 불야성이 한창인 도시는 어찌 됐건, 굳이 공항을 뒤져 사야만 했던 책을 침대에 누워 펼쳤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여행이 있다.
아침. 홍콩행을 알리기 위해 집으로 걸었던 전화는 할머니가 받으셨다. 꿈에 두 번이나 내가 나타났다며 안부를 물으셨다. 난 괜찮다고 대답했다.
나는 괜찮다.
첫 번째 밤이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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