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일본에서 학교를 다닐 때의 일이다.
'영원히 죽지 않게 되는 약이 있다면 먹겠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한명씩 돌아가며 답을 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여학생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죽고 혼자 남는 것은 너무 슬프니까-'
먹지 않겠다고 답했다.
아마도 그녀는 밤마다 '스나끄'라고 부르는 일본식 동네 선술집에서 손님들을 상대하고 있을터였다.
출석률은 엉망이었고 오전 수업에 나타나더라도 보통은 엎드려 자고있었다.
한국말을 할줄 아는 조선족이었지만 남들에게 알리기는 싫었는지
정 급할때가 아니면 한국말은 쓰지 않고 보통의 중국인처럼 지냈다.
그녀의 차례가 돌아왔다.
그녀는 '당연히 먹겠노라-' 대답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명씩 죽는 것을 계속 지켜보게 될텐데 괜찮겠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그녀는 시원스러운 중국인 억양으로 말했다
'大丈夫, 大丈夫- 慣れるよ、慣れる。'
괜찮아요 괜찮아, 그런건 익숙해지니까.
유독 소녀같던 일본인 선생님은
'あ。。慣れるんだ。。'라며 혼잣말이랄까,
오히려 감탄사에 가까울지 모를 탄식 같은 말을 내뱉었다.
아- 그런걸까,
익숙해지는 것일까.
이제는 의식과 기억이 있(다고 우리는 믿고있다)으시더라도
기도에 꽂으신 관 탓에, 입모양만으로 듣지 못하는 말 밖에 건네지 못하시는 외할머니를
엄마와 함께 마주하고 있던 주말에, 문득 그녀의 생각이 났다.
익숙해지는 슬픔의 크기에 끝이란 없는 것일까.
어떤 크기와 어떤 종류의 슬픔과 절망에도 우리는 익숙해질 수 있는 것일까.
외할머니의 손을 잡은 엄마의 마음을 어떨까.
그런 엄마를 바라보는 내 마음과 병원에 누운 엄마를 바라봤던 내 마음은 또 어땠을까.
먼 훗날의 언젠가 함께 늙어가며 약해지는 아빠와 나는 또 어떨까.
우리는 또 익숙해질 수 있을까.
내일이 없을 것 처럼 사랑하며 살아야하는데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 Total
- Today
- Yesterday
- 쓰고보니제목과는전혀상관없는일기
- 도피형해외취업해야겠다
- 가을의詩작
- 쌓인 아이폰 사진 방출과 2011 가을엔 음악을 듣겠어요 플레이리스트가 커밍순
- 함께날아요
- 그러고보니불어또읽자니읽어지네?
- jefferson
- 시험인데얼른자야지
- 무라카미 하루키
- 검은우주와아시안게임의라이브는정말굉장했어
- 남자6호너이새끼화이팅
- 가을의시작
- 갈 5:16-26
- 또까일줄이야
- 일본
- 어떤말을해야했을까
- 네이티브
- 물론이번에도남자혼자온관객은없었지;^)
- 애교과다
- stronger life
- 애달픈양식
- 에노시마
- 티비를없애야겠어
- 그런건있을수가엄서
- 하지만난신나게잘놀죠
- 아는게 병
- 연애보다 온천이 하고싶어.
-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 여자들하의야차치하고고추애들반바지는왜그렇게짧냐미친놈들마냥
- 카카오톡부셔버릴거야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