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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라디오를 듣다 반해 김애란의 단편들을 읽기 시작했다.

문학소년 바켠규 덕분에 책꽂이에 읽을만한 책이 많다.





2.



여성들의 옷입기란, 기구한 운명을 타고 나서

겨울이면 어그가 까이고 봄가을엔 레깅스가 까이더니

여름에는 레인부츠가 까이고있다.

뭐 난 레인부츠에 특별히 불만 없는데 ,

(날더러 억지로 신으라는것도 아닌데 남이 신는다고 불만일게 뭐람)

지난주엔가 종로에서 본, 쑥색 원피스와 쑥색 장화를 착용하신

오피스 레이디분은 종묘사나 영농후계자조합에서 

씨앗 판매하러 나온걸로 보였다.



아니.. 장화는 둘째치고 깔을 맞출걸 맞춰야지....






3.



어제 저녁으로는 가라아게동을 먹었다.

주방장이 요리를 어디서 배웠는지는 모르겠는데

[각주:1]空揚げ를 辛揚げ로 생각했는지

코 끝에 땀이 나도록 매운 음식을 내놓았다.

아침까지 속이 안좋아서 혼났음.






4.




김애란의 도도한 생활을 읽다보니 어릴때 생각이 났다.



몇살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인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처음으로 본 콘서트는 엄마 손을 잡고 따라간 양희은의 원주 공연이었다.

그 당시엔 꽤 커보였던, 지금의 원주 동부 홈코트에서 열린

양희은의 단독 공연이었는데 지금은 너무 희미해진 기억이지만

나즈막히 이야기하듯 부르던 노래, '백구'만은 또렷이 생각난다.






5.



생각난김에 또 어릴때 이야기.


시절은 바야흐로 1993년. 

20세기 소년의 오사카 만국박람회처럼은 아니었을지라도,

대전에서 열리게 된 엑스포는 전국의 초등학생을 흥분과 기대로 들뜨게 했었다. 

상식과 지성을 갖춘 어린이라면 참을 수 없는 탐구정신의 발현과,

현대문명과 미래사회의 조우를 목도하기 위해 누구나 꿈돌이의 인도를 따라

대전으로 향해야 할 것만 같은 분위기가 흘렀다.

머스터드 소스에 담군 삼각김밥 같은 꼴을 한 마스코트는

사골공룡둘리를 밀어내고 국민 캐릭터가 될 기세였다. 

전국에서 부모님의 손을 잡고 수십만 코흘리개가 박람회장으로 모여들었고

학교단위의 단체관람도 줄을 이었다.





하지만 난 가지 않았다.

꿈돌이 같은거 시시해서. 단체로 다니는거 귀찮아서.[각주:2]



여전히 난 혼자고 대체적으로 시시하게 살고있다.





6.



나의 노래를 부고 싶다.

일기를 쓰듯, 신발끈을 묶듯 내가 만든 노래-






 




 
  1. 튀김옷 없이 닭고기를 튀기는 가라아게의 空(비어있다)와 맵다의 辛가 같은 발음이라 해 본 말장난. 辛揚げ 같은 말은 없을 뿐더러 문법에도 안맞심니더. [본문으로]
  2. 같은 이유로, 스카우트나 아람단, 뭐 RCY 요딴것도 한번도 안해봤음. [본문으로]